나는 아산호의 아들이다 -아산호 가는 길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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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산호의 아들이다
--아산호 가는 길 51
나는 아산호의 아들이다
'섬과 시인들'을 따라 제주도에 갔다가
오름 중에 오름이라는 '용눈이 오름'에 올랐더니
어랍쇼, 기가 막히게도 거기에 아산호가 누워 있었다
아산호는 치마를 벌렁 뒤집어 까고 퍼질러앉아서
참으로 거대한 남성을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차마 부끄러워 얼굴을 돌리자 어쩌란 말이냐
아산호의 치맛자락이 바람에 날려 사라지고 있었다
일 났네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
어떻게 아산호는 바다를 건너 이곳까지 왔을까
아산호는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현답의 우문이다
오름은 오르가즘의 준말이라는 백우선 시인과
나는 손을 잡고 나란히 거대한 남성을 타고 내려가
한동안 아산호의 질 속에서 춤을 추다가
힘차게 빠져 나왔다 그 질퍽한 아산호의 질 속에서
바람은 산통에 지친 아산호의 가쁜 숨소리였으며
바다와 홀레 붙은 하늘은 부드러운 강보가 되어 주었다
그 날 우리는 아산호의 쌍둥이 아들이 되었다
--<세기문학 2000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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