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호는 겁나는 꽃물이다 -아산호 가는 길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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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호는 겁나는 꽃물이다
--아산호 가는 길 36
꽃물은 희망도 아니고 감동도 아니고 눈물도 아니다
문둥이처럼 사람을 잡아먹고 빛으로 부서지는 봄날
한 움큼 짓이기면 손바닥에 쏟아지는 진한 핏물
물고기처럼 파닥이는 그것은 차라리 전율하는 복수다
하릴없이 숨가쁜 날에는 어김없이 아산호로 떠난다
전설 같은 시골 국도를 따라 낯익은 순례자들을 따라
잊혀진 꽃물 찾아 예감으로 두근거리며 다시 떠난다
가도가도 아산호는 언제나 멀고 먼 거기에 있으니
나 언제든 얼굴 묻고 치마폭에 폭 빠져 죽을 수 있어
봉숭아빛 꽃물은 아직도 옷고름에 넉넉히 꽂혀 있고
나는 나비처럼 벌처럼 그 옷섶에 사뿐히 앉을 수 있어
제아무리 복수래도 두렵지 않아라 나 실은 죽지 못한다네
--<창조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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