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로 간음당하는 아산호는 아름답다 -아산호 가는 길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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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로 간음당하는 아산호는 아름답다
--아산호 가는 길 42
그대가 간음하는 아산호는 오늘도 변함없이 아름답다
아산호는 아름다우므로 무시로 간음을 당하는 것이다
그대는 불순한 간음을 위해 아산호를 찾지만
끝내 간음이라 하여 아산호를 경멸하지는 않는다
그대는 결국 아산호로 인해 그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처럼 그대의 고차원인 정신 속에서
좀더 좀더 부끄러운 아산호는 수도 없이 만들어지지만
그대의 생각은 이다지도 역설적으로 거룩하지 않으냐
그대는 그녀의 옷을 벗기는 작업을 멈추지 않는다
벌건 대낮에도 남몰래 그녀의 알몸을 더듬곤 한다
그대는 비록 밤낮으로 그녀를 간음하긴 하지만
그것은 그녀에 대한 지극한 신앙의 발현이라 믿는다
그래서 그대가 간음하는 그녀는 기가 막히게도
그대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오직 그녀인 것이다
누가 그녀의 알몸을 알몸스럽게 하는가
간음의 대상인 그녀를 꽃으로 피게 하는 그대
아산호보다 몇 배나 아름다운 바로 그대이다
아산호는 애당초부터 벌거벗은 존재이다
아산호는 그대가 그녀의 옷을 벗기려 들기 전에도
이미 헤아릴 수 없이 벌거벗은 적이 있었으며
어쩌면 그녀는 알몸으로만 존재하는 지도 모른다
그것이 그녀의 본질이며 그대를 눈뜨게 하는 축복이다
눈이 먼 자에게 그녀의 알몸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대는 눈이 없어도 그녀의 옷을 벗긴다
아, 그녀는 결코 옷을 벗지 않아도 속옷을 들추고
가슴 떨리는 자신의 알몸을 보여주는 것이다
--<세기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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