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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호 가는 길

아산호는 알몸이 아니다 -아산호 가는 길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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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종권
댓글 0건 조회 4,741회 작성일 01-12-24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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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호는 알몸이 아니다
--아산호 가는 길 44


나무는 벌거벗어야 더욱 아름답다
나무는 겨울에 와서야 비로소 살아나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벌거벗은 아산호 역시 아름다울 것이다
그러나 아산호는 벌거벗어도 끝내 알몸이 되지 못한다
사시사철 옷을 입고도 오히려 부끄럽기 짝이 없다

겨울 아산호 가는 길에는 알몸들이 난무한다
그 알몸들은 부지런히 차가운 국도를 달려가다가
아산호에 이르러 일제히 물 속으로 뛰어든다
아산호는 입맛도 다시지 않은 채 그것들을 삼켜 버린다
아산호를 벌거벗기기 위해 세상의 알몸들은
거룩하게도 모조리 아산호에 몸을 던지는 것이다

그들은 그녀의 껍질을 단 한번도 구경할 수 없다
그녀는 가끔 알몸으로 그들 앞에 서곤 했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그녀의 옷을 벗기려 무진 애를 썼다
그녀의 비밀스런 알몸을 탐닉하기 위함이다
아니면 그녀의 껍질에 대한 그리움일 것이다
기가 막히게 그녀의 알몸은 손끝에 닿아 있는데
아, 그녀의 껍질들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다는 말인가

껍질이 없는 아산호는 알몸이 아니다

--<세기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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