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호는 떠나도 아산호로 남는다 -아산호 가는 길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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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호는 떠나도 아산호로 남는다
--아산호 가는 길 45
나는 무너진 아산호의 얼굴을 그리기로 했네
그녀가 있어야만 내가 산다는 믿음은 이제
그녀를 죽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신념이 되었네
가능한 한 더 참혹하게 이그러진 그녀의 몰골
가장 손쉬운 미소로도 습관처럼 치마를 걷어올리는
달빛 화려한 물결 위의 꾸밈없는 백치미
나는 그녀의 하얀 속살에 이제 먹물을 들여야 하네
그래도 스스로 물이며 꽃이며 끝없는 그리움이라
그녀는 아직도 당당하게 주장하고 있지만
나는 벌거벗은 아산호를 더욱 경멸하면서
미련 없이 아산호를 떠나네 그러고자 하네 다만
굶주린 채 포도밭을 떠나는 여우 아니길 바라네
--<세기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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