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 하오 -아산호 가는 길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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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 하오
--아산호 가는 길 49
선산 허리의 가장 나이 먹은 소나무를 돌아온 바람이
연신 들여다보다가 배꼽을 뽑고 자진하는 방안에는
책 속에 목이 졸린 사진 틈새기에 혀가 물린 남자 누워있고
밤이냐 낮이냐 관속에서 신문을 읽던 십대조 할배 문득
돌아서서 알 없는 안경 뒤의 허전한 구멍을 더듬으며
너는 살아 있구나 살아 있어도 결코 살아 있지 못한
너는 여름 하오 혀 빼물고 엎어진 개처럼 살아 있구나
혀 물고 드러누운 남자 같은 것 그렇게 그림처럼 살아서
꼬물거리는 것 죽은 할배나 산 그 놈이나 다른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들 그런 것들로 가득한
여름만이 그렇게 있는 것이 아니다 다가올 가을도
겨울도 봄조차도 항상 그렇게 되어 있어서 그래서
세상엔 오래도록 살고 싶은 놈이 있게 되는 것이다
--<세기문학 2000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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