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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아산호도 죽는다 -아산호 가는 길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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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종권
댓글 0건 조회 5,357회 작성일 01-12-24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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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아산호도 죽는다
--아산호 가는 길 50


독이 묻은 장미가 만발했던 19세기에는
신은 자신을 위해 죄를 만들었으며
인간은 자신을 위해 사랑을 만들었다
그래서 신은 인간의 사랑을 저주했으며
인간은 신의 죄를 두려워했던 것이다

장미로부터 독이 제거된 20세기에는
신은 인간의 영역에서 결코 인간을 칭찬하지 않았다.
신은 인간의 영역에서 결코 인간을 벌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스스로 사랑과 증오를 만들었다.

장미로부터 가시마저 다듬어진 21세기에 들어오자
영원히 죽지 않는 신은 영원히 살지도 못하게 되었다
인간은 신을 지배하고 신은 하루아침에 무릎을 꿇었다
그 시대 새벽의 꿈은 이처럼 절망적으로 가라앉았다

브라운관 속으로 꽃만이 처연하게 피어있다
그렇게 신이 사라진 다음날 인간은 절멸했다
그러기 전에 사랑이 먼저 자취를 감추었으며
그러기 전에 인간은 몸부터 굳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결과가 이르기 전에는
몸도 사랑도 인간도 신도 모두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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