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주점 -아산호 가는 길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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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 주점
--아산호 가는 길 19
알프스 주점의 이 사장은 요들송을 기가 막히게 잘 부른다
한때는 미8군 무대에서 노래를 했었다니 그럴 만도 하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부르면은 보기에도 듣기에도 그만이다
며칠 술을 끊으면 키타아 솜씨도 카랑카랑한 목소리도
더욱 진기가 흘러 뼈 속까지 뼈 속까지 스미는 듯 하다
아버지도 돈 많은 사장님이고 형님도 웬만한 사장님인데
아내도 팽개치고 자식도 팽개치고 돈도 팽개치고
마음에 안 드는 건 무엇이든 껍질처럼 팽개치고
오로지 음악이 좋아 술이 좋아 사람이 좋아
돈도 안 되는 주점을 차려놓고 밤낮 없이 노래를 부른다
그저 말로만 가수라 한다 그저 말로만 인간이라 한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다는 어린 그의 짝꿍 아가씨는
요즈음 시대의 자유인답게 싱싱하고 지성적이고 애교도 있고
목덜미도 종아리도 엉덩이도 하나같이 매력 만점이던데
황당한 과거만 생각이 나면 밤새 술을 마시며 노래를 부른단다
그 노래도 이 사장이 같이 부르면 밤이 새는 줄도 모르게 된다
나는 못 부르는 노래를 저들은 왜 잘 부를까 생각해 보았더니
저들은 가슴에 쇠가 많이 박혀서 피 속에 바람이 많이 들어서
한 번 계절이 바뀔 때마다 쇳소리 슬겅슬겅 살점 베듯 뼈를 다듬듯
풀어져 나오지 않는가 싶더라 나오지 않는가 싶더라
--<인천문단 20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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