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호는 흙처럼 돌처럼 누워 있다 -아산호 가는 길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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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호는 흙처럼 돌처럼 누워 있다
--아산호 가는 길 21
죽은 것은 산 것보다 강하다
죽은 것은 죽지 않고 살아서 산 것들의 가슴에
산 것들보다 오래까지 살아 남는다
흙을 보라 돌을 보라 물을 보라
바람을 보라 구름을 보라 하늘을 보라
죽어있는 저 위대한 주검 앞에
살아있는 누가 가슴을 열어도
그 가슴은 가슴이 아니다 다만 거기에는
죽은 것에 대한 살아있음의 공포만 남는다
아산호 가는 길에 살아있는 나는
죽어서 더 위대한 그대를 만난다
그대는 바람처럼 꿈틀거리면서도
그대는 흙처럼 돌처럼 누워 있구나
그대는 물처럼 구름처럼 흐르면서도
그대는 하늘처럼 박혀 있구나
--<현대시학 1998.12, 한국시협사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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