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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호 가는 길

아산호는 고발당해도 여전히 아산호다 -아산호 가는 길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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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종권
댓글 0건 조회 4,617회 작성일 01-12-24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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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호는 고발당해도 여전히 아산호다
--아산호 가는 길 22


그녀가 그 남자와 아산호를 다녀왔던 날 밤
그녀의 남편은 비밀스런 아산호를 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아직도 그녀에게는 진득한 아산호가 묻어 있었고
그 냄새는 아무래도 쉽사리 지워지지 않을 듯했다
그는 아산호를 포주쯤으로밖에 생각하질 않았다
그는 아산호가 참으로 통제된 땅에만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녀는 착한 남편이 일러주는 대로 고분고분
그녀가 불법적인 땅에 다녀왔다는 자인서와 함께
그녀와 동행한 사악한 남자에 대한 고발장도 만들었다
그녀의 몸에 아직도 젖어있는 아산호의 냄새는
이것들의 명백한 증거가 되었다

공무원이었던 그 남자는 어쩔 수 없이 사표를 던졌고
그의 아내는 남부끄러워 세탁소의 문을 닫아걸었다
그녀는 그들과 한 동네 멀지 않은 골목에 살면서
웬일인지 틈만 나면 술에 음식에 과일을 챙겨 들고
부지런히 그의 집에 들락거리곤 했었는데 무심하여라
그 사이 아산호는 여기까지 밀려 들어와
온 밤을 거세게 출렁거렸던 것이다

아내와 자식과 직장을 하루아침에 잃어버린 그 남자는
그래도 매일같이 출렁이는 아산호로 떠나고 있었다
아산호는 언제 보아도 달구어져 있었으며
아산호는 어디에서 보아도 언제나 아름다운 아산호였다

--<현대시학 199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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