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호는 혹시 암놈일지도 모른다 -아산호 가는 길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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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호는 혹시 암놈일지도 모른다
--아산호 가는 길 26
인간 중에 어느 막되 먹은 숫놈 하나가 있었다
세상의 암놈이란 암놈은 다 사랑할 듯한 기세로
세상을 맹렬하게 휘젓고 다니며 으르렁거렸다
점잖은 대다수의 숫놈들이 그를 가리켜 말했다.
저 놈은 사람이 아니라 짐승이다 아니 개이다
세상의 암놈이란 암놈은 모조리 건드렸던 숫놈이
고연 놈이다 싶어 어느 날 그 점잖은 숫놈을 찾아갔다.
그 숫놈은 집안에서도 단정하게 차려 입고
근엄한 얼굴로 수염을 쓰다듬으며
손님 앞이라고 지극히 인간답게 굴었는데
안방 한 구석을 돌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예쁘장한 암놈 하나가 뎅그라니 앉아 있었다.
고연 놈, 인간이면 끝까지 인간답게 굴어야지
웬일로 암놈은 꿰어차고 있느냐?
내친 김에 점잖다는 숫놈들의 집구석 어딜 가보아도
암놈 없는 집구석은 도대체 보이지가 않았다
하나같이 예쁘장한 암놈 하나씩 꿰어차고서
인간적으로 점잖게 마주보고 앉아 있었다
어떤 숫놈도 예쁜 암놈 하나씩 꿰어차고서
더 예쁘게 더 예쁘게 분 처발라 놓고서
부끄러운 줄 모르고 시치미 뚝 떼고 앉아 있었다
제 놈도 필경엔 짐승인 줄 전혀 모르고 있었다
--<1999 월간문학 미, 경인문학 200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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