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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호는 밤에 더욱 선명하다 -아산호 가는 길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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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종권
댓글 0건 조회 4,620회 작성일 01-12-24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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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호는 밤에 더욱 선명하다
--아산호 가는 길 28


아산호로 가는 이정표는 낮보다도 밤에 더욱 선명하다
그리운 사람의 얼굴 또한 낮보다는 밤에 더욱 또렷하다
낯선 것은 모조리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남은 것은 누이 고모 같은 이름뿐이다 숨소리뿐이다
떨리는 손바닥은 시시각각 땀으로 젖어가고
아, 밤은 죽음보다 더 편안한 세계로 가라앉는다
그대는 두려움에 떨고 있구나 감격적인 사랑에조차도
그 가녀린 가슴에 타오르는 불씨 하나 담고
태울 수가 없어 그렇게 겁나게 떨고 있구나

아산호로 가는 밤은 밤중에도 뜨거운 밤이다
다져 잡은 손바닥 안으로 녹아드는 그리운 얼굴
끝내 이기지 못해 눈 딱 감고 그대의 가슴을 여노라
양파 같은 그대의 가슴 밤새도록 열고 또 여노라
그러나 곧 새벽은 무장한 병사처럼 거침없이 다가서리라
마침내 강력한 어둠조차도 물거품처럼 사라지리라
다시 세상은 합리적으로 빛나기 시작하고
아산호는 고요하게 속으로속으로 잦아들기 시작하리라
마침내 그대는 당당한 사람이 되어 건강한 웃음꽃을 피우고
내 독한 그리움은 우습게도 싸구려 눈물로나 남으리라

--<1999 월간문학 미, 경인문학 200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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