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의 과일이다 -아산호 가는 길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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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호는 서로의 과일이다
--아산호 가는 길 32
과일은 어루만지면 어루만질수록 익는다
풋과일일수록 순식간에 보기 좋게 익는다
이상한 것이 때가 묻을수록 더욱 무르익는다
과일에는 가능한 한 칼을 대지 않는 것이 좋다
손바닥으로 정성을 다하여 어루만지다가
통째로 입 속에 집어넣어야 제 맛이 난다
우리는 서로의 손바닥을 기다리는 과일이다
우리는 땀에 절은 손금으로 익어 가는 과일이다
서로의 손바닥을 알아보는 풋풋한 과일이다
언제든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는 풋과일
한두 번 어루만져도 보기 좋게 익어버리는
우리는 흔해빠진 과일이다 때묻은 과일이다
--<1995, 솟대문학> <95. 내항> <99. 시인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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