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호는 우리들의 살비듬이다 -아산호 가는 길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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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호는 우리들의 살비듬이다
--아산호 가는 길 33
하루만 얼굴을 닦지 않고 버텨보면 안다
한 주일만 목욕을 하지 않고 뒹굴어보면 안다
우리의 몸 구석구석에서는 과연 무엇이 돋아나는가
훌쩍이는 콧물과 독한 가래는 말하지 않겠다
그러나 풀을 보라 나무를 보라 꽃을 보라
씻지 않고 닦지 않아도 그들에게 무엇이 생기는가
지순한 수액은 비져 나오고 새벽마다 이슬은 맺히고
윤기나는 그들의 몸은 언제나 황홀하도록 아름답다
하루만 사랑하지 않고 눈을 감아 보라
우리의 몸에서는 과연 열병처럼 무엇이 솟아나는가
눈꼽 같은 귓밥 같은 낯익은 살비듬 같은
그리운 아산호가 물씬물씬 솟아나지는 아니하는가
나는 감지 않는 아산호의 치렁치렁한 머리칼 속에서
닦지 않는 아산호의 빛나는 이빨 사이에서
씻지 않아도 썩지 않는 아산호의 배꼽 속에서
풀이고 나무이고 꽃인 그 변하지 않는 얼굴을 발견한다
--<1999. 5. 현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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