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호는 춤추는 거미이다 -아산호 가는 길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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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호는 춤추는 거미이다
--아산호 가는 길 37
어느 날 문득 천지간에 드리워진 거미줄 어디쯤에서
거미의 발톱은 악마의 이빨처럼 따닥거리며 돌출한다
놀랍게도 나는 거미줄에 매달려 날렵하게 춤을 춘다
그것은 일찍이 경험한 적이 없는 신비로운 비상이다
악몽은 사라지고 땀에 젖은 나는 황홀하기 짝이 없다
아산호는 꼭꼭 숨어 있다가 가끔씩 정체를 드러낸다
그녀는 악마의 몰골로 자신의 모습을 신비롭게 만든다
나의 무지 또한 그녀를 더욱 강하고 아름답게 만든다
그것이 어쩌면 아산호의 실체이며 숙명일지도 모른다
다시다시 아산호 가는 길은 언제나 더 설레일 뿐이다
아산호의 비밀스러운 묘기는 때론 마법과 같다
때로는 달콤한 유혹이며 때로는 감동적인 애무가 된다
그리움은 길고 긴 고통이지만 유혹은 끝내 달콤한 것
아산호는 우리를 위해 오묘하기 짝이 없는 덫을 준비하고는
뒷켠에 줄줄이 무덤을 세운다 다시 그 앞에 꽃을 심는다
사라지지 않는다 아산호의 먹이는 영광스러운 자세로
언제든 그녀의 묘기에 감동하며 그녀를 향해 다가간다
--<창조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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