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호는 스스로 허물어진다 -아산호 가는 길 39
페이지 정보

본문
아산호는 스스로 허물어진다
--아산호 가는 길 39
허물어지고 싶은 날에 그녀는
탈무드를 읽는다고 말했다
한 잔 술에는 적당히 기분이 좋으리라
두 잔 술이면 벌써 말로써 지은 죄 많으리라
석 잔이면 충분히 정신도 눕힐 수 있으리라
넉 잔이면 거뜬히 온몸으로 허물어져도 모르리
허물어지고 싶은 날에 그녀는 술을 마신다고 말했다
까짓 넉 잔에 넉 잔, 또 넉 잔을 마시고
그래도 아니면 넉 잔에 또 넉 잔을 마신다고 말했다
허물어지고 싶은 날에 이처럼 술을 마시고도
그러나 결코 무너지지 않는 독한 정신으로 그녀는
이제 술이 아니고서도 어디서든 스스로
너끈히 허물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창조문학>
- 이전글아산호는 상상 속에 머문다 -아산호 가는 길 40 01.12.24
- 다음글아산호는 벌레먹은 바람이다 -아산호 가는 길 38 01.12.24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