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호는 배꼽을 가리지 않는다 -아산호 가는 길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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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호는 배꼽을 가리지 않는다
--아산호 가는 길 9
아산호 가는 길에 능내리를 생각한다
북한강 기슭 다산기념관이 조촐한
강변의 토옥 부러진 나뭇가지
거기에 그녀를 묶어놓고 홀로 왔다
그녀의 배꼽은 너무 뜨거웠으므로
바람은 황사와 함께 난무하였으므로
눈먼 달은 궤도를 벗어나 순식간에
몇 개의 우주라도 능히 태울 수 있었다
아산호여 그대의 펑퍼짐한 치마폭으로
온 세상을 다 가릴 수는 없어라
가려도가려도 더욱 뜨거워지는 배꼽들이
이 땅에 풀씨 가득 뿌리어 기어이는
몸에 몸에 몸에 온몸으로 자라나거니
사람 천지에 자유는 이토록 위대하지 않느냐
가나다라는 몰라도 정교한 말씀은 몰라도
바람은 느낄 수 있어라 춤출 수는 있어라
아직도 충분히 뜨거울 그녀의 깊은
배꼽 속에서
--<현대시학 1996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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