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호는 구운 돌멩이이다 -아산호 가는 길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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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호는 구운 돌멩이다
--아산호 가는 길 10
아산호 가는 길에 아산호를 잊자 한다
아산호 가는 길에 아산호를 넘자 한다
한 번 살다 가는 세상에 내 그리는 그대가
꼭 그리운 그대이어야 하리
그래 보자고 꼬옥 그래 보자고 맹세를 한다
그럼에도 아산호는 거기에 있고
그럼에도 아산호는 끝없이 넉넉하고
그럼에도 아산호는 구운 돌처럼 뜨겁다
그럼에도 아산호는 언제나처럼 눈감은 채로
그리워 그리워 그리워한다
아, 그러니 나 그녀의 젖은 턱 끝에서
차 오르는 숨 달래며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어머니의 마른 젖가슴보다도
출렁이는 누이의 비릿한 비밀보다도
더 감사한 그대의 옷고름
더 가슴 저린 그대의 용서
그대를 향하여 달려오는 저 많은 군상들에게
어떻게 그대는 차별 없이 뜨거울 수 있는가
길목마다 늘어선 저 많은 첨병들에게
패션에 민감한 감각이 뛰어난 이 시대의 행운아들에게
그래도 그대는 남김 없이 줄 수가 있는가
내 드러누운 하늘에도 그대는 온종일
꽃방석을 깐다
--<현대시학 1996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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