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대에 오르는 아산호 -아산호 가는 길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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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대에 오르는 아산호
--아산호 가는 길 15
아내는 나를 믿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나의 아산호는 믿는다
내가 아산호에 다니면서부터 아내는 나를 불신하기 시작했다
아내는 나의 아산호가 분명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
내가 아산호에 빠져있는 것도 아내는 진실이라고 믿고 있다
아내는 누구보다도 더 아산호를 절실하게 이해한다
우습게도 아내야말로 가장 확실한 내 시의 공감자인 것이다
아내는 아산호의 얼굴을 스스로 알고 있다고 믿고 있다
아내는 아산호의 이름을 스스로 알고 있다고 믿고 있다
아내는 나의 아산호가 꿈이 아님을 알고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바람이기를 기대하면서도 그 바람을 못 견뎌 한다
나는 그녀를 돌려놓을 자신도 능력도 마음도 갖고 있지를 못하다
나는 아산호에 다니면서 아산호를 간음하기 시작했다
아산호는 거기에 있고 아산호는 거기에 있었고
아산호는 분명 언제나 거기에 있을 것이므로
나는 세상에서 가장 손쉬운 간음으로 가장 순결한 간음으로
간음의 혁명을 도모했다 적어도 무모한 도전은 아니었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확실한 반란이라고 믿었다 그렇다
이 시간 아내의 믿음은 옳은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아산호는
나로 인하여 교수대에 올려진다 나는 그것을 바라볼 것이다
아내는 승리자처럼 아산호의 목을 졸라맬 것이다
아산호 그대는 죽는다 나는 무기력하고 무능한 시인이다
--<현대시학 1997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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