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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호 가는 길

아산호에 빠진 달은 썩는다 -아산호 가는 길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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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종권
댓글 0건 조회 4,514회 작성일 01-12-24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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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호에 빠진 달은 썩는다
--아산호 가는 길 17


그녀는 아산호에 빠진 달을 건져 올리고 있었다
아산호 썩은 물에 빠져서 함께 썩어가는 달을
마치 아이를 줍듯이 정신 나간 여자처럼 주워 올리고 있었다
몸 다 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빈 주머니가 자꾸만 달랑거렸기 때문이다 달랑달랑

반쯤 걷어올리면 앙상한 손가락 사이로
달은 여지없이 찢어지고 아, 힘없이 분해되고
산산이 부서진 것들을 물고기들이 주워먹고 있었다
저 물고기들은 썩은 물 속에서도 살아 있었다
썩은 물 속에 살아있는 물고기들이 썩은 달을 먹고 있었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면서 물 속에 뛰어들어
죽은 아이를 줍듯이 찢겨진 달의 조각들을 모으고 있었다
찢겨진 달의 조각들은 다시 찢겨져 비늘이 되었다
빛이 되었다 썩은 아산호의 살비듬이 되었다
물고기들은 도깨비처럼 거머리처럼 그녀를 기습하였다
썩은 아산호의 밤에도 짙은 하늘은 가라앉고 있었다

--<현대시학 1997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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