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호는 끝을 말하지 않는다 -아산호 가는 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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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호는 끝을 말하지 않는다
--아산호 가는 길 5
아산호 가는 길은
죽은 풀잎조차 살아있어라
돌멩이 하나 지푸라기 하나 머리칼 하나
자빠지는 바람 속의 뒷물 한 점까지도
모두 다 미친 듯이 살아 있어라
끝내는 죽어질 어쩌면 이미 죽어 있는
몸뚱이 하나 징그럽게 바람불 세우며
다 닳아빠진 촛불이 되어서도
어쩔 수 없는 어둠에 굴복되어서도
세상을 과감하게 능욕하면서
살아 있는 모든 것을 능욕하면서
가다가 엎어져도
엎어져도 다시 일어나
매일 밤 찾아가는 그대 아산호
찬란하게도 아산호 가는 길에는
그대의 마지막 타고남은 불씨가
천지간에 누워있는 줄 몰랐어라
그대의 마지막 내미는 젖은 손이
일순의 죽음인 줄
내 정말 몰랐어라
--<현대시 1996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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