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호는 거룩하게도 거기에 있었다. -아산호 가는 길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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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호는 거룩하게도 거기에 있었다
--아산호 가는 길 6
외로움은 사랑이어도 끝이 없어라 그러나
그대 사랑하지 않고 그 외로움 지킬 수만 있다면
아산호 가는 길에 나는 물으리라
아무 것도 아닌 그대의 손금 위 어디에라도
나는 도대체 있을 수 있는 것이냐
그대 눈 한 번 깜박이는 그 순간만이라도
나는 나의 얼굴로 도대체 있을 수 있는 것이냐
어디선가 본 듯한 그리운 얼굴들이
마치 함박눈처럼 내려온다 내려와 그대의 머리칼에
어깨 위에 흔들리며 쌓인다 흔들리며 녹아 내린다
죽음 같은 영원이 어머니처럼 문 밖에 서서
나를 기다린다 나는 별수없이 사라진다
사라진다 안녕
아산호 가는 길은 블랙 홀의 입구이다
빛조차 헤어나지 못하는 무서운 흡인력으로
나는 별수없이 사라진다
사라진다 안녕
--<현대시 1996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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