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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호 가는 길

아산호는 아산호일 뿐이다 -아산호 가는 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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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종권
댓글 0건 조회 4,198회 작성일 01-12-24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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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호는 아산호일 뿐이다
--아산호 가는 길 1


아산호 가는 길은 꿈처럼 출렁 출렁거리더라
다가서는 도로 표지판도 멀어지는 가로수들도
마치 불란서나 스위스 풍의 이국적인 풍경화로
닳아빠진 감상적 분위기를 건드리곤 하더라

그대와의 만남을 위하여 참말인 죽음을 위하여
아산호로 가는 길은 도처에 복병을 심어두고
시간과의 밀어내기 한판 승부를 부추기더라
그렇다 우리에게 시간은 분명 적의 첨병이었다

우리들의 겁 없는 만남을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껍데기는 도로를 스치는 시궁창에 안전하게 또는
솔직하게 여자처럼 누우면서 말하더라 참으로
발효 중인 알맹이를 화려하게 감싸고 있는 일이란
결코 기쁨이지도 숙명이지도 아니하고
결국 껍데기는 껍데기로 족하지 아니한가 축하하노니

아산호의 치마 끝을 들추려는 작은 음모여, 어쩌면
당진 서산 어느 한 길로 들어서기도 전에 아산호는
옷고름마저 풀어줄지 풀어줄지 모르지만
드디어 나는 결심했다 매일 갖는 맹세의 시간에 이제는
절대로 결심하지 않겠다는 왜냐하면
아산호의 속살은 부끄러워서 너무도 부끄러워서

겁을 먹어선 안 된다 하더라 아산호 가는 길은
비겁해도 안 된다 하더라 아산호 가는 길은
더 이상 외로워도 안 된다 하더라 아산호 가는 길은
어지러워도 참을 일, 눈감아선 안 된다
안 된다 하더라 아, 전투의 끝은 고요히 솟아오르는
달이라 하더라 손톱 만한 달이라 하더라

--<현대시학 1995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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