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강의 겨울 저녁 -아산호 가는 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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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강의 겨울 저녁
--아산호 가는 길 2
사강의 타오르는 저녁놀은 마치
내 인생의 막장이 드디어 저만치
보이는 것처럼 무서웠다
그대의 냄새는 결단코
달콤한 박하 향기는 아니었고
그대의 가슴은 누이 고모처럼
편안한 것만도 결코 아니었다
그대의 그림자는 분명
비수와 같은 날카로움으로
협박처럼 죽음처럼 내게 다가왔다
나는 드디어 죽기로 결심했다
사실은 생에 대한 더 이상의 미련조차도
그대와는 절대로 바꿀 수 없다는 결론이
드디어 나를 굴복시켰다
사강의 저녁노을은 내일도 모레도
저렇게 타오를 것이지만
저 타오르는 노을은 누구도
다시는 무서워하지 않겠지만
그대 웃지 않는 얼굴로 비장한 칼을 차고
언제 다시 올 수 있으랴
내 가고 없을 사강의 겨울 저녁에
바람은 저승으로부터
무시로 불어오고 있다
--<현대시학 1995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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