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호 가는 길은 언제나 만원이다 -아산호 가는 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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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호 가는 길은 언제나 만원이다
--아산호 가는 길 3
그대를 위하여 늘 비워둔 마음
끝내 그대로 하여 채워지지 않더라도
아산호 가는 길에
나는 다시금 설레이고
사랑은 사각거리는 면도날처럼
나의 심장을 요리하지만
이것은 결단코 눈물도 아니리
이것은 결단코 죽음도 아니리
그러나 그대 비워놓은 자리는 오늘도
그 무엇으로도 여엉 채울 수 없어
나를 달뜨게 한다 자꾸만 자꾸만
그리하여 나는 껍데기만으로도
잠시 사람일 수는 있다 있다하지만
그렇게 사람이어서
그렁그렁한 사람이어서
나는 도대체 어떻게
살아있을 수 있다는 것이냐
가장 오해한 감정으로
가장 치사한 감정으로
가장 긴박한 감정으로
가장 비밀스런 감정으로
오늘 가장 그대를 미워하노니
그대는 가장 불결한 자세로
그대는 가장 위험한 자세로
그대는 가장 뜨거운 자세로
그대는 가장 기다릴 줄을 알면서
그대는 도대체 여우의 눈깔이 아니고
그대는 도대체 무엇으로
남아있는 것이냐
--<현대시학 1995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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