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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는 사람을 먹는다 -아산호 가는 길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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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종권
댓글 0건 조회 4,641회 작성일 01-12-24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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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는 사람을 먹는다
--아산호 가는 길 8


그대는 거짓말을 위하여 시를 쓴다
그러나 서툰 거짓말은 오히려 진실일 수 있었다
그러니 무엇으로 그대 건조한 몸을 가리랴
금빛 살결은 내장 가득한 오물의 우러남이라
아무리 닦고 화장하여도 끝내 부끄러운 살비듬 훌훌 날리며
참담하여라 반짝이는 정신은 순간에도 여지없이 무너지고
무너진 정신은 밤사이 새로운 무장으로
화려한 얼굴을 드러내노니 오늘 오로지 그대와
몸 섞는 기쁨 하나만 남아 있어라

아름다운 시는 사람을 먹는다
사람의 피로 시는 진한 꽃을 피운다
아니면 어찌 꽃이랴 하기에
기운 없는 꽃의 창백함은 고독한 자의 천국이다
아산호 가는 길에 나는 사람을 묻으리라
사람의 피로 아산호를 물들이고
머지 않은 날에 선혈이 낭자한 한 송이 꽃
피게 하리라 그대 얼굴에 피게 하리라

--<현대시 1996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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