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한반도
장종권 작품세계

시집

제1시집
제2시집
제3시집
제4시집
제5시집
제6시집
제7시집
제8시집
제9시집
아산호 가는 길

'깨어지는 소리는 아름답다'를 위하여 -아산호 가는 길 53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장종권
댓글 0건 조회 5,439회 작성일 01-12-24 03:18

본문


'깨어지는 소리는 아름답다'를 위하여
--아산호 가는 길 53


깨어지는 모든 소리는 비극적으로 아름답다
사랑은 이별의 열매를 위한 마지막 꽃에 지나지 않는다
머지않아 그것은 참담하게 고개를 꺾으며
더욱 아름답고 황홀한 이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서러워도 서럽지 않은 그것은 마치 따뜻한 일몰과 같다
우리는 사랑에만 오래도록 머무르지는 않는다
우리는 깨어지기 위해서 사랑을 하기도 하고
혹은 이미 깨어짐으로써 비로소 눈을 뜨기도 한다
혹은 이미 깨어진 후에야 비로소 소리를 듣기도 한다
아름다움은 지나간 후에야 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우리는 이토록 대단한 것을 위하여 정말은
대단치 않는 것을 지극히도 대단하게 여겨왔던 것이다
그러나 그 모습 그 소리들이 숨을 죽이고 정지하여
죽은 나비처럼 어느 곳엔가에 붙박혀 있게 되면
만일에 정말 우리가 생애에 오직 한번 깨어지고 말면
그것은 먹구름에 가린 일몰처럼 너무 섭하지 않겠는가
가능한 한 자주 자주 깨어져 피를 흘려볼 일이다
이 땅의 모든 깨어지는 것들은 아름답다
이 땅의 모든 깨어지는 소리들은 비극적으로 아름답다
우리는 깨어지기 위해서 백일홍 같은 사랑을 한다
우리는 깨어지기 위해서 예정된 곱사춤을 춘다
우리는 깨어지면서 곧 다시 태어나기도 하고
다시 태어나도 깨어지기 위해 붉은 꽃이 된다
아, 우리들의 몸은 금강석처럼 잘게 부서지면서
그래도 빛을 잃지 않고 아름답게 빛나는 것이다

--<시인정신 2000 가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