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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독해야 어머니를 한다 -아산호 가는 길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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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종권
댓글 0건 조회 5,265회 작성일 01-12-24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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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독해야 어머니를 한다
--아산호 가는 길 56


어머니는 독해야 어머니를 한다
사랑도 독할 줄 알아야 비로소 사랑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고전적인 은비녀는 밤일수록 더욱 빛난다
고전적인 사랑은 어두울수록 독한 빛을 내어
잠들지 못하는 세상을 홀로 밝히는 것이다

우리는 생명을 얻는 순간부터 의미를 얻는다
하지만 그 전에도 의미는 변함없이 존재했다
이후로도 의미는 끝없이 이어질 것이므로
무의미는 애당초 어디에도 없었던 것이다

독한 사랑은 얼음처럼 차가워진 후에도
달이 되고 별이 되고 꽃이 되고 칼이 되어
만 가지 소리로 천의 얼굴로 오직 하나의 의미로
그대의 무덤까지 따라가 끝내 더불어 흙이 될 것이다

우리는 그냥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냥 만나지는 것이 아니다
그처럼 우리는 그냥 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그대는 떠나도 결코 떠나는 것이 아니다

--<시인정신 2000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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