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사랑보다 아름답다 -아산호 가는 길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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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호 가는 길에 붉은 일몰이 몰려오면
버러지를 먹고살아도 허공의 새는 마냥 곱더라
썩은 물을 빨아먹어도 꽃은 그저 황홀하더라
뜯어보면 고울 리 없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단지 살아있음만으로 그토록 예쁘고 소중하더라
아름다운 것이 모두 그리운 것은 아니더라
그리운 존재는 언제나 아름다움 이상이더라
그래서 그리움은 사랑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더라
그러나 습관처럼 다시 절망하며 돌아오는 길에는
그 고왔던 새들이 입을 모아 나를 비웃더라
꽃은 왜 그렇게 숱하게 피어서 나를 조롱하더라
세상의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일제히 일어나
죽어있는 나를 무덤 속으로 밀어 넣더라
--<시인정신 2000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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