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서 2 -아산호 가는 길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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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은 바늘귀와 같은 것이다
앞뒤 돌아볼 겨를 없이 나를 버리고
오로지 그를 찾아 헤매다 보면
거기에 바늘귀는 마치 거대한 성문처럼
나를 위해 열려 있기 마련이고
나는 실처럼 순종하며 그를 따르게 된다
이른 바 바늘 가는데 실 가는 법이다
그러나 운명처럼 실 끝이 다하고
뜻하지 않게 한순간 놓쳐버린 바늘귀는
다시 출구를 열지 않고 영원히 사라져 버린다
그는 다시 나를 향해 불타는 가슴을 열지 않고
그 반짝이는 날카로움으로 제 길을 떠나게 된다
그리운 사람이 아주 떠나면
그리움도 그를 따라 아주 떠나는 것이다
그러매 눈먼 그리움에 홀로 몸을 달구면
연서도 쓸모가 없이 이승을 떠돌게 되는 것이다
--<학산문학 2000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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