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으로 가는 길-나의 등하교길

2003.07.28 장종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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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으로 가는 길-나의 등하교길 지금이야 동진대교의 완성으로 김제에서 부안으로 가는 길이 죽산을 거치는 길로 달라져 버렸으나, 옛날에는 화호 백산을 거쳐 부안으로 들어갔다. 한없이 걸어나오면 버스가 다니던 이 신작로로 연결되는 마을길이다. 대충 오리 정도의 거리이다. 내가 다니던 벽량초등학교는 이 길을 걸어나와 면소재지인 신평리를 통과해야 했다. 나는 자주 자전거를 이용했는데 돌길이라 엉덩이가 얼얼했다. 그래도 자전거가 빨라서 좋았다. 보리밭의 문둥이도 자전거의 속력을 따라잡을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하교길마다 공포의 대상이던 보리밭의 문둥이, 어린아이들을 붙잡아 생간을 꺼내먹어야 비로소 병이 낫는다는 소문이 끊이질 않았다.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들판의 여름 한낮은 그래서 밤보다 훨씬 무서운 시간이었다. 보이지는 않으나 길 끝에 이미촌(금신)부락이 있고 그 마을을 통과해야 내 고향마을 금강리 김촌(전포)에 닿는다. 우리는 하교길에 자주 이 이미촌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하고 폭행을 당했기 때문에 그 왼편으로 지름길이기도 한 논두렁길로 학교를 다녔다. 논두렁길에는 산 뱀 죽은 뱀이 천지에 널려 있었다. 가을에는 메뚜기를 잡아 벼이삭에 꽂아들고 돌아가서는 저녁밥 짓는 아궁이에 구워먹는 맛도 일품이었다. 어떤 날은 아예 대종병을 들고나오거나 커다란 주전자를 들고나와 메뚜기 사냥을 벌이곤 했다. 이런 날은 어머니께서도 가마솥에 메뚜기를 몽땅 들이붓고는 비싼 참기름도 넣은 다음 먹기좋게 볶아주기도 하셨다. 알 밴 메뚜기의 맛은 그야말로 최고의 맛이었다. 크기만 한 '왕치'도 별 맛은 없었다. '지름치'는 가장 맛없는 메뚜기였다. 추수가 끝나가는 늦가을에는 들판을 가로지르며 이삭을 줍는 일도 또 다른 재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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