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집 들어가는 길-두 그녀

2003.07.28 장종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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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 들어가는 길-두 그녀 벽골제에서 오리쯤 서쪽으로 들어가면 금강리가 나타난다. 이 골목을 지나면 내가 살던 집터가 있으나 현재는 아무 것도 보이지않는 빈 하늘이다. 아담한 토담길이었던 옛날과는 달리 콘크리트 담벼락이어 을씨년스럽다. 오른편이 주근깨네 집이었고 하얀 2층 건물터가 민자네 집이었다. 우리집은 그 뒤편이었으며 그 너머로도 옥수네 집 한 채가 더 있었다. 길 왼편은 개굴창이었고 그 개굴창은 바로 사진 앞으로 썩은 작은 방죽으로 통했다. 왼편 집 앞에 우물이 있었으나 그 우물물을 먹을 수는 없었고 나는 군 것질을 할 때에는 으레 이 우물터에서 혼자 놀았다. 내 유년의 아름다운 추억은 박민자로부터이다. 그녀네는 나중에 집안 전체가 김제읍으로 이사를 가서 찐빵집을 열었다. 어머니께서는 읍내 장에 가시는 날에는 으레 이 집에 들러 먹음직스러운 찐빵을 한아름 들고 오셨다. 유년 시절의 거의 전부, 그리고 길고긴 여름방학의 대부분을 나는 민자와 보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녀와의 소꿉장난은 이미 작품으로 써버렸다. 그녀는 비록 예쁘지는 않았지만 마음은 나무랄 데가 없었다. 그래서 나와 잘 어울렸을 것이다. 그리고 주근깨,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언젠가는 풀어야할 숙제로 내게 남아있는 문제 중 가장 절실한 문제이다. 아닐까. 아닐 수도 있다. 그녀는 공부만 하는 수재였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여고를 졸업할 때까지 모든 선생님들의 사랑을 독차지했고, 모든 또래 아이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다. 내가 남자 아이로써 가졌던 그 이상의 부러움이었다. 그러나 인생은 학교 공부나 유년의 화려한 꿈이 결코 아니었다. 가슴 아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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