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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그냥 꽃인 날에 아름다웠던 꽃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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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종권
댓글 0건 조회 3,741회 작성일 07-01-18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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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꽃이란 꽃은 모두 죽어버려라
아름다운 것들은 아름다운 껍질을 벗고
산 것들은 생명의 소중한 속살을 파내어
우주의 먼지 속으로 모조리 던져버려라
보이는 것으로 보았다 말할 수 없고
들은 것으로 들었다 말할 수도 없는
미래의 꿈들이 절망적으로 춤추는 곳에서
꽃은 꽃으로 서있어도 더 이상 꽃이 아니다
아름답게 피어도 더 이상 피었다 말할 수 없다
미치도록 좋았던 그대에게 묻노니 지금도 황홀한가
흘러간 자리에도 꽃은 피지만 피었다 말할 수 없다
피어도 피었다 할 수 없으니 이제 꽃은 꽃이 아니다
사라진 들에 바람은 불어서 어쩌자는 것이냐
얼굴 없는 종족들에게 향기는 날려서 어쩌자는 것이냐
사라진 것들의 무덤 위로 거대한 꿈의 궁전은 무성하게 자라고
얼굴 없는 존재들은 밤이나 낮이나 클릭, 클릭, 클릭,
혼자서도 섹스를 한다
드디어 머리 아픈 한밤 엮어내는 상상의 세계가 만병을 통치한다
심장을 광대한 허공 속에 띄워놓고
맛없는 땀과 식은 피를 뿌려대는
이 저녁 어둠은 빛처럼 황홀한 그림 그리며 다가서고 있다
꽃이 그냥 꽃인 날에 아름다웠던 꽃을 그리며
이 땅의 꽃이란 꽃은 모두 죽어버려라
살아야 할 이유 있어도 굳이 목을 꺾어버려라
슬퍼하는 이 없어 죽어도 결코 죽음답지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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