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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호는 흙처럼 돌처럼 누워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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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종권
댓글 0건 조회 4,070회 작성일 03-07-28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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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호는 흙처럼 돌처럼 누워있다
-아산호 가는 길 21


죽은 것은 산 것보다 강하다
죽은 것은 죽지 않고 살아서 산 것들의 가슴에
산 것들보다 오래까지 살아 남는다

흙을 보라 돌을 보라 물을 보라
바람을 보라 구름을 보라 하늘을 보라

죽어있는 저 위대한 주검 앞에
살아있는 누가 가슴을 열어도
그 가슴은 가슴이 아니다 다만 거기에는
죽은 것에 대한 살아있음의 공포만 남는다

아산호 가는 길에 살아있는 나는
죽어서 더 위대한 그대를 만난다
그대는 바람처럼 꿈틀거리면서도
그대는 흙처럼 돌처럼 누워 있구나
그대는 물처럼 구름처럼 흐르면서도
그대는 하늘처럼 박혀 있구나

<시작메모>
겨울 방학이 되면 밤은 우리들의 천국이었다. 아버지 사랑방에 가시어 새벽녘에나 돌아오시고, 어머니 마실 가서 밤이 늦으시면, 동네의 누이란 누이는 모조리 한 집에 모여들어 따뜻한 아랫목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 밤새도록 이야기꽃, 웃음꽃을 피웠다. 대개는 내 손위 누이의 친구들이었으니 모두가 누나뻘이었다. 간혹 또래나 동생뻘 되는 아이들도 끼어들어 평소의 그 부끄러운 기색을 일시에 걷어 버리고 마치 형제처럼, 오랜 친구처럼 어깨도 부딪치고, 손도 맞잡고는 했다. 그랬으니 그 감동적인 기분이야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우리는 끊임없는 이야기 세계에 빠져들다가 입이 지치고 배꼽이 아프기 시작하면 다시 새로운 놀이로 밤이 새는 줄을 몰랐다. 나는 누이들의 전혀 거리낌없는 스킨쉽에 매혹되어 비몽사몽이 되곤 했다. 더욱이 또래 계집아이들과의 살 떨리는 접촉은 아마도 이 밤이 평생 지속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불러오곤 했을 것이다. 아무도 나를 사내로 보지는 않는 것 같았다. 그러나 분명히 나에게는 그녀들이 한 치도 다르지 않은 이성이었다. 그녀들의 얼굴이 내 시야에 다가설 때마다 나는 몸을 떨곤 했다. 그녀들의 부드러운, 정말 부드럽기 짝이 없는 손이 눈앞을 스쳐갈 때마다 나는 아찔한 현기증에 시달리곤 했다. 밖은 눈보라가 몰아치고, 바람은 불어 문풍지를 요란하게 후려치는데, 시골집 아랫목은 시간이 흐를수록 따뜻한 부분이 줄어만 간다. 그러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들은 이불 밑으로 양발을 집어넣으며 아랫목으로 아랫목으로 몰려들었다. 그러다보면 아랫목의 이불 밑은 그야말로 틈새기 하나 낼 수 없을 정도로 빽빽한 다리들의 숲이 되곤 했다. 누구의 다리인 지도 알 수 없었다. 이 숱한 발가락과 발바닥과 종아리와 허벅지들. 그 신비스럽고 탐스러운 살들, 도무지 물러설 기색을 보이지 않는 그 몸들에 나는 곧잘 까무러칠 지경이 되곤 했다. 가끔은 두 편으로 갈려 마주 앉은 자세에서 서로의 가랑이 사이에 다리를 엇갈려 집어넣고 노래를 부르며 손으로 짚어가는 놀이도 하곤 했었는데, 이때에도 나는 전혀 그녀들의 노래를 따라 부를 수가 없었다. 쉴 새 없이 내 허벅지에 다가와 간지럽혀대는 그녀들의 발까락이 견디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그녀들의 발까락은 인정사정 없이 내 사타구니를 파고들곤 했는데, 정말이지, 누이들의 장난기였을까. 아니면 정말 그녀들은 아무 것도 몰랐던 것일까. 노래가 끝나는 순간 마지막 손이 머무는 다리의 주인공은 그 벌로 나머지 사람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했다. 대부분 노래였던 것으로 기억이 되는데, 그래서 나는 그 나이에도 유행가를 꽤 많이 배워두었던 듯하다. 그때 부르던 노래일 것이다. 인화출판사의 이현정 실장이 초등학교에 다니던 따님과 그 담임교사로부터 확인을 받아 채록한 것이다.

1. 이거리 저거리 각거리 천-사만-사 다만-사/조--리 김-치 장-독간 총--채 비 파리 딱
2. 한알대 두알대 세-알대 팔-대 장-군 고드레 뽕/제-비 싹-싹 무-감주 보리짝 납-짝 힌기 땡
3. 한갈래 두갈래 각-갈래 인-사 만-사 주머니끈/똘-똘 말아서 장-두칼 어-망 갑-주 허리띠
4. 만-두 만-두 도-만두 짝-가리 하얀--군/노주나 찍찍 장-두깨 모-기발-에 덕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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