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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불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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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종권
댓글 0건 조회 4,046회 작성일 03-07-28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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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불 1


내가 돌이었으면 나무였으면 산아
항상 네 살 속에 나를 섞을 수 있었다
내가 꽃이었으면 산호였으면 여자여
항상 네 살 냄새와 함께 할 수가 있었다
눈 감고 내가 아니기를
너를 떠나는 내가 아니기를
비나니 바다여
깊은 뜻으로 이해하라 이해하라
속살 다 비치도록 고운 네 옷
얼굴 붉히며 들여다보는 발톱
머릿결로 치마폭으로
흩날리는 본능
나는 너의 한 묶음 꽃이 되지 못하고
너의 부끄러운 타인이 되어
배암이 되어

<시작메모>
'육자백이'는 대학 초년 시절 같은 대학 사학과에 다니던 이영석 형이 내게 맨 처음 보여준 습작시의 제목이었다. 나는 그 일로 인해 비로소 육자배기가 전라도땅의 노래임을 알았다. 또한 육자백이의 세계가 그의 냉철한 역사의식과도 상당 부분 맞닿아 있다는 것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노력형이었으며, 박학했고,착하면서도 심지가 강했다. 나는 전라도인이었으나 전라도인이지를 못했던 반면, 그는 충분히 전라도인이고도 남을만큼 진국이었으며 육자백이의 가락에 곰삭듯이 녹아 있었다. 훗날 미당의 시 '선운사 동백꽃'에서 나는 다시 전라도의 육자백이를 만났다. 미당의 육자백이는 더욱 농염했다. 그로부터 나는 전라도의 육자백이에 심취했다. 그러다가 지난 98년 장편소설 '순애' 속에 육자백이의 가락을 담아보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했다. 남도인의 한은 도대체 무엇인가.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다. 내 시의 포스트는 무엇인가. 내 시의색깔은 무엇이며, 내 시의 음성은 어떤 울림인가. 출발은 육자백기이길 원한다. 육자배기에서 출발하여 온갖 인간을 통과한 다음, 에로티즘에서 죽고싶다. 나는 위대한 시인이길 원하지 않는다. 다만 한 생명체로서 본능에 충실한 노랫꾼이다가, 이 무지하고 단순하고 소박하고 상식적인 틈바구니에서 함께 비적이다가, 최대한 유행가적인 분위기로 나를 거두고 싶다. 다음은 육자배기의 부분이다.
'꿈아 꿈아 무정한 꿈아 오시는 님을 보내는 꿈아 오시는 님은 보내지 말고 잠든 나를 깨우려무나 아이고 답답코 애달픈 내 심정을 어느 장부가 알거나 에에 한많은 요 세상 어데로 발길을 옮겨야 산산에 길을 찾아 어느 님을 만나보리 아서라 괴롭다 요 세상을 다 버리고 저 금강산 불교당을 찾아가서 석가여래나 지킬라네 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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