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봉(시와반시 2009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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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 셋의 빛나는 나이에 새색씨 같은 고운 얼굴을 하고 외할머니 마침내 눈을 감으셨다 이팔의 꽃다운 나이에 딸 하나 남기고 떠난 첫사랑이 못내 그리워 기저귀를 차고도 머릿결만은 매일 아침 단장하셨다. 방바닥을 기어다니면서도 마지막까지 청소하고 빨래하고 더위에 지친 막내아들 냉수 한 사발 챙기다가 그 길로 혼절하시었다.
메가시 가 봐라. 메가시 가 봐. 어쩌다가 외가댁 대문을 밀고 들어서면 부엌문 앞에서, 우물가에서, 혹은 마루끝에서, 놀러나간 동갑내기 삼촌부터 챙겨주신 외할머니, 오늘 당신이 그 메가시에 새로 지은 납골당에 안치되시었다. 호시절 다 보낸 소나무들도 겨울처럼 뎅그러니 서 있었다.
재혼하여 얻은 자식이 주르르, 그 밑으로 손주들이 수 십. 증손들이 헤아릴 수 없는데, 두고 온 자식이었던 내 어머니는 재가 된 할머니의 썩은 가슴을 몇 번이고 다시 열어보신다. 당신의 재가 된 가슴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신다. 천애고아로 팽개쳐진 딸자식과 그 자식으로 평생 썩은 가슴이었던 두 분의 기가 막힌 상봉이었다.
메가시 가 봐라. 메가시 가 봐. 어쩌다가 외가댁 대문을 밀고 들어서면 부엌문 앞에서, 우물가에서, 혹은 마루끝에서, 놀러나간 동갑내기 삼촌부터 챙겨주신 외할머니, 오늘 당신이 그 메가시에 새로 지은 납골당에 안치되시었다. 호시절 다 보낸 소나무들도 겨울처럼 뎅그러니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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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lktaya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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