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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는 없었다/08 가을 서정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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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종권
댓글 0건 조회 4,659회 작성일 07-05-09 08:27

본문

태초에는 없었다. 빈 공간에는 모래만 날아다녔고, 세상은 죽음 같은 고요로 숨조차 쉬지 못했다. 이 어두운 적막을 어루만지며 어머니처럼 한 줄기 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 손끝에서 풀은 자라기 시작하여 나무가 되고, 고요히 흔들리는 나뭇잎은 무수한 벌레들을 끌어들였다. 꽃이 피기 시작하고, 새가 날기 시작하고, 다람쥐가 달리기 시작하면서, 생명은 생명으로 하여 또 다른 생명을 창조해냈다. 거룩하게도 신은 이 아름다운 자연을 빚어내며 노래를 부르곤 했다.

태초에는 없었다. 태초에는 사람보다 먼저 자연이 있었다. 생명은 또 다른 생명을 갈구하며 아름답게 살았다. 생명은 생명끼리 어울리며 어루만졌다. 바람이 불면 함께 누웠다. 비가 오면 더불어 나무 밑을 찾았다. 생명은 생명끼리 충돌하였으나 복수하지 않았다. 삶도 죽음도 자연이며 운명이었다. 아무도 거스르지 않고 대항하지 않았다.

마지막에 사람이 있었다. 모든 생명의 마지막에 그는 서서 영원이라는 집을 만들어 스스로 신이 되었다. 그를 만든 신처럼 그도 아름답고 거룩하고 싶었다. 이 자연의 건강한 하모니 앞에서 그는 총칼을 들고 군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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