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弔-08 가을 시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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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종권
댓글 0건 조회 5,650회 작성일 08-07-0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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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떠나면 빈 육체 인적 드문 들판에 버렸다. 비와 바람과 서리에 맡겨 살점 모두 사라지고 앙상하게 뼈만 남으면 비로소 항아리에 거두어 집안에 곱게 모셔두었다. 아주 옛날의 일이었다.

홀어머니 죽자 동네사람들 어김없이 먼 들판에 버려두고 돌아왔다. 혼자 된 아이는 그 밤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비와 바람과 서리는 두렵지 않았다. 문제는 어두운 들판을 헐떡이며 돌아다니는 들짐승들이었다.

참을 수 없었던 아이는 그 밤 돌멩이를 가득 들고 들판으로 내달렸다. 내 어머니, 어머니를 건들지 마라. 분노에 찬 아이의 고함소리가 들판을 뒤흔들었다. 달려드는 들짐승들과 사투를 벌이던 그의 온몸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몽롱해지는 정신 속에서도 아이는 천지를 가득 메우는 고함소리를 들었다. 난무하는 돌과 화살(弓)이 들짐승들을 향해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아침이 올 때까지 동네 사람들(人)은 아이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새로운 장례의식(弔)은 이렇게 시작이 되었던 것이다.

*조(弔) 자는 사람 인(人) 자와 활 궁(弓) 자를 합쳐 만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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