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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시의 나라 1(리토피아 2007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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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종권
댓글 0건 조회 4,705회 작성일 07-11-0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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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골짜기에 귀신들이 모였습니다. 잘난 귀신 못난 귀신 스타귀신 걸레귀신 할 것 없이 모두 모여 재미있게 놀고 있습니다. 신이 나게 떠들고 자랑하고 노래부르고 춤을 추고 난리 법석이엇습니다. 그러자 세상이 온통 들썩거렸습니다. 아니, 적어도 그들은 분명히 그들로 인해 세상이 들썩인다고 믿었습니다.

그들의 발 아래에서 새들은 곤한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아무 것도 눈치 채지 못하고 새벽까지 결코 눈을 뜨지 않았습니다. 네 발 달린 짐승들도 그 골짜기에 저희끼리 모여 있었습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새로운 반역을 도모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들의 반역은 대부분 무모한 것이었지만 성공하든 실패하든 귀신들의 일과는 전혀 무관한 사항이었습니다.

새벽과 함께 건너편 골짜기로부터 나그네 장작 패는 소리 들려올 즈음에 귀신들은 제풀에 지쳐 하나둘 제 갈길로 흩어졌습니다. 새들이 노래를 시작하고 짐승들이 밥벌이를 시작할 즈음에 귀신들은 머쓱해진 얼굴을 하고 자신들의 초라한 모습을 돌아보면서 발길을 재촉했습니다. 살아서 귀신과 함께 춤출 수 있는 생명은 어디에도 없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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