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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나리꽃이 피었습니다.

박꽃 이야기1(현대시학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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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종권
댓글 0건 조회 4,773회 작성일 07-11-28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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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하얀 박꽃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 있나요.
속알맹이 세상에 모두 꺼내주고 껍데기만 갖고 산다는
그래도 적당히 강하여 아직은 산 목숨이라는

살모사가 무서워 똥돼지를 길렀다는 허구헌 날
돌무더기에 싸지른 비릿한 똥꽃이나 바라보다가
살금살금 뭍으로 달아나는 저 살모사들 다 놓쳤다는

4.3으로 천년이나 앞질러 썩어버린 그녀의 자궁 속속들이
긁어대는 호미날에서도 비릿한 향기가 당연히 천년이나 날릴 것이라는
결코 속 보이지 않는 항아리 머리 들이밀어도 끝내 어둠이라는
그 어둠 속에 기막힌 바람이 속도 없이 미친 듯이 나댄다는
비행기 뜰 때마다 사내아이 똥 누는 일처럼 쏟아낸다는
그래서 가슴에 눌러붙은 핏덩어리들 밤새 풀어져

백록담 썩은 연못 위로 날아가 신선의 살비듬이 되었다는

그 여자의, 그 허망한 옷고름의,
그 다리 후들거리는 기억과 기억들의
그, 그, 참말로 생각사록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제주의 하얀 박꽃 이야기를 들으셨나요

부끄럽게도 천지간에 피어
도무지 숨길래야 숨길 수 없다는
그래서 대한민국의 산 목숨들은 모름지기
제주의 박꽃으로부터 시작이 되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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