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생각 2(시와세계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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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역사도 살아서 변한다.
살아있는 역사야 두 말 하면 잔소리다.
탄알로 반죽한 먹물이 핏빛으로 종이를 물들인다.
보아라, 저 붉은 사연과 사랑과 사유 속에
꿈틀거리는 내 핏줄들의 빛깔 없는 해골들
미래는, 행복한 미래는 결코 오지 않는다.
미래의 얼굴은 현재의 부질없는 꿈의 잔상이다.
피로 이어지는 인류의 생명은
피의 확인으로 더욱 강해지겠지만,
어떤 가치도 의미도 이미 얼굴을 잃었다.
오로지 살아있는 그대의 가슴에서
오늘도 뛰고 있는 심장 하나로 만족하라.
살아있음으로 해서 더욱 지난한 하루여
과거와 미래는 부질없이
오늘의 고독을 더한 고독으로 몰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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