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시들어도 꽃이다(시와상상 2006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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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가꾸시던 장독대 옆 꽃밭에는
나리와 채송화가 가장 실속있게 피어서
여러 봄을 꼭 뱀하고만 놀았다.
겁 없이 함부로 피지 않고서는
꽃이라 말하지 마라
예쁜 그녀의 손에는 늘 꽃이 들려 있었다.
저 아름다운 손도 봄이면 봄마다 꽃을 꺾었으니
세상은 선혈이 낭자한 핏덩이로 가득하였다.
우지끈 목이 꺾여보지 않고서는
꽃이라 말하지 마라.
누이가 밤새 묶어둔 손톱 끝에는
피보다 붉은 봉숭아 꽃물이 들어서
세상 온 잡놈들 가슴팍을 긁어댔으니
아, 저 핏물 든 몸뚱아리, 소름끼치는 몸뚱아리,
꽃이 죽어 다시 꽃으로 피지 않으면
꽃이라 말하지 마라.
꽃은 시들어도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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