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 달린 들쥐 이야기/시작(2006.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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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옛날 한 옛날에 다람쥐만한 들쥐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천 년 묵은 소나무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케케묵은 신라의 고분들, 그 틈에서 다른 들쥐들과 어울려 쏘다니다가 어느날 고분을 뚫고 땅속으로 들어가 빛깔도 찬란한 금관 하나 물고 나왔다. 요모조모 아무리 뜯어보아도 머리에 뒤집어 쓰는 것이 분명하였다. 그 금관 뒤집어쓰자 그는 곧 제왕이 되었다. 천하가 모조리 그의 발 아래 무릎을 꿇었다. 바람도 지나가다가 발길을 멈추었다. 꽃은 오직 그를 위해 아름답게 피었다. 이상한 뿔이야, 저 뿔에서는 신기한 힘이 쏟아져 나와. 도저히 그의 얼굴을 바라볼 수도 없어. 뿔 달린 들쥐의 이야기는 삽시간에 퍼저나갔다. 다리 하나 건너에 고양이 여러 마리 살고 있었다. 소문 듣고 빙긋이 웃으며 입맛을 다셨다. 지가 사슴인가, 뿔은 왜 달고 다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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