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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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소금 냄새의 남양을 지나고
햇빛 기우는 사강을 다시 뒤로하면
더 갈 수 없는 산자락에 마산포가 기다렸다
여기서부터가 바다라 그 바다에 발을 담그고
간혹 드러나는 갯벌길 따라 걸으면
언제나 기다리던 어도의 지순한 저녁연기
그 건너에 대부도는 마치 남자처럼 버티고 서있었다
1994년 겨울 앞으로는 마산포는 포구가 아니다
마산포의 치맛자락을 적시던 바다는 슬금슬금
물러가 이제 그 불쌍한 해골을 드러내 버렸다
잠길 일이 없는 갯벌길 허둥지둥 따라가면
아직도 어도는 살아있는 듯 꿈틀대긴 하지만
아서라 바다답지 않은 바다에 드러누워
어도답지 않은 어도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꿈처럼 오락가락하던 대부도의 끝
마산포로 영종도로 인천으로
배 나들던 방아머리가 제방으로 갇히면서
꿈이듯이 한순간에 죽어버린 바다
네가 참말로 그 동안 바다였느냐
넋이 나간 갯벌 한줌 움켜쥐고서
어도 사람들은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는다
갯벌 속에 녹아있던 조상님의 뼛가루가
어느새 스멀스멀 가슴으로 기어올라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속삭인다 이젠 끝이다
그러나 그 끝에서도 또한 어김없이
너희는 살거라 부디 살거라
1995. 3. 인천문단 21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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