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의 가르침은 처형이었다-아산호 가는 길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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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인간이 전수한 가르침은 처형이었다
인간은 먹고 자고 일하는 틈틈이 처형의 룰을 익혀왔다
매달고 조이고 찌르고 벗기고 종래는 불살라버리는
처형의 오묘함에 그들은 신바람이 났다
그들은 그들이 처형하는 존재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처음엔 오해였다 다음엔 증오였다
다음엔 벗이었다 다음엔 형제였다
그러나 어느 날 그들은 보게 될 것이다
마지막 형장에서 어쩐 일로 바들바들 떨고 있는
그리운 얼굴 하나, 어머니
어머니를 배신한 아버지의 나라
아들들은 정의로운 칼을 빼어들지 못하네
앙상한 뼈다귀는 귀신의 발로도 돌아올 수 없으니
빼앗긴 살점을 찾아 영원히 저승길을 헤매거라
그래도 다시 살아 오장육부를 모조리 드러내놓고
원수 같은 이승일지언정 천만년 저승보다는 나으니라
죽은 목숨 몇 번이고 다시 살아 다시 살아
너는 모르니라 밧줄 든 너 칼 든 너
선지피 씹으며 살아 죽은 너는 모르니라
대뿌리같이 질긴 목숨 죽어도 죽어도 다시 사는 형벌
다시 사는 혀엉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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