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아산호 가는 길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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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에 그슬린 파도가 눕는다
바람은 목이 졸려서 숨소리도 내지 못한다 防 방
하늘이 잘 익은 수평선에 등을 댄다
섬이 가라앉는다 시든 꽃잎처럼 말라비틀어진다
거룻배 밑창에는 소금기 하얗게 말라붙어 있다
물새 두어 마리가 하루 종일 박혀 있다
비인 갯벌에 어기적어기적 게떼가 가슴을 쓴다
제방 너머에서는 목하 마른 갈대가 타는 중이다
달맞이꽃 하나 목을 꺾고도 대롱거리지 못한다
상승하는 지열이 누운 산을 매달아든다
천년 만년의 하늘도 헐떡이기는 마찬가지이다
살이 타는 소리 세상에 온통 퍼질러진다
끝내 삭은 뼛가루가 분가루처럼 흩어진다
분명 이 황홀한 햇빛과 고요 뒤에는
그만한 암흑과 혼돈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아산호에 가다 보면 간혹 이런 바다를 만난다
세기문학 2000 겨울. 강남시문학회 낭송작 200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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