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골동품, 시인은 금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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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골동품, 시인은 금붕어. 시는 이제 필요한 존재도 아니고, 더더욱 빛나는 존재도 아니라네. 시 아니어도 일거리, 할거리, 볼거리, 이 땅에는 무수히 많아라. 가,갸,거,겨,에이,비,씨,디,년,놈,물,것. 시보다 아픈 고통과 시보다 나은 처방 헤아릴 수 없이 많아라. 제 아무리 썩은 시대라 할지라도 언제나 새로운 신은 등장하고, 황홀한 태양은 변함없이 떠오르네. 그러니 시여, 습기 사라진 지심에 뿌리를 박고 너 무엇으로 생명 의지 불태우랴. 기어이 살려한들 진실로 너 살 수 있으랴. 그러니 시인들이여, 이제 무덤 속으로 들어가자.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모래땅을 스스로 파헤치고, 꽃 한 송이 바치는 이 없는 어스름에, 저 아름다운 황혼을 참담한 눈으로 바라보며, 날카로운 비수를 가슴 깊이 꽂고 장렬한 최후를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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