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는 앙상한 것이 아니다-아산호 가는 길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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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는 뼈만 앙상한 것이 아니다
나무의 철학과 나무의 신앙은 그대로 자연이다
오히려 겨울나무는 꿈과 희망으로 가득하여
다가올 봄을 기다리며 겨울 내내 몸을 달군다
보라, 이 겨울에 와서야 뜨겁게 빨아올리는
저 무서운 흡인력, 거칠고 당당하게 저항하는 몸놀림
강물조차 얼음장 밑으로 쉬임 없이 흘러와
겨울나무 아래 이르러서는 고요하게 머물다가
태고를 꿈꾸며 저 견고한 뿌리의 깊은 곳으로
무조건 굴복하고 스미어들고 있다
어떤 고난도 이겨내고 살아남는 나무를 위해
겨울은 봄도 여름도 가을도 예비를 해두고
겨울이 되어 다시 가장 길고 긴 겨울이 되어
나무의 비명과 저항과 생명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습격에 가장 대비하지 못하는 존재는 인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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