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호는 열이고 백이고 천이다-아산호 가는 길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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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전부를 다 가질 수는 없더라도 참말이지 그 중의 몇 정도는 갖고 싶었다 적어도 그 중의 몇 정도는 쓸만했으므로 아니 전부보다는 몇의 의미가 보다 더 쓸만하다 여겨졌으므로 아니 그 몇이면 만족할 나의 욕망은 아무 곳에서나 당당히 고개를 들고 아무 때나 주책없이 흔들렸으므로 아니 열이고 백이고 천이었던 그대는 열로 백으로 천으로 나누어도 얼마든지 보기에 좋았으므로 사람의 탈을 쓰는 일이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차라리 짐승의 탈이라도 쓸 수 있으면 그대 나에게 무엇이 되든 내가 그대의 무엇이 되든 우리는 소중한 우리의 욕망 하나 버리지 않고 공유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 그러나 다시 차라리 사람의 탈을 씀으로 하여 오히려 우리의 그리움은 이처럼 깊고 아름답지는 아니한가 불꽃은 시시각각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태워 가는데 그대는 모르는 척 누워 있구나 열이었고 백이었고 천이었던 그대는 열로도 백으로도 천으로도 결코 나누어지지 아니하면서
정신과 표현2000. 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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