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것이 아름다워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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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서있는 곳은 아름다운 바다 끝이 아니었다
그녀가 서있는 곳은 수십 층의 빌딩 꼭대기였으며
발아래로는 끊임없이 흘러가는 차량의 물결과
그것들이 연호하며 뱉어내는 승리의 함성뿐이었다
승리의 함성을 타고 치솟는 창끝 같은 화약연기였다
도대체 왜 꽃처럼 목을 꺾으며 이파리처럼 팔랑거리며
저 소란스러운 도로를 향하여 몸을 던져야 하는지
그녀는 아직도 스스로를 포기하지 못해 떨고 있다
늙은 것은 결코 죄가 될 수 없다 강변한들
변해버린 내가 변하지 않는다고 누가 탓하랴 따진들
화장으로 뭉개진 추악한 얼굴을 아무도 돌아보진 않는다
그러니 누가 그녀를 벼랑 끝으로 밀지 않아도
그녀는 죽음을 향해 당당하게 몸을 날릴 것이다
기필코 뒤돌아보지 않은 채 꽃처럼 떨어지게 될 것이다
시사사 2003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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